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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한국 추리 소설 추천 주말 동안 김중혁의 이라는 장편 소설을 읽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주말 동안 무기력해 죽었을 것이다. 우울하고 외로울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심해 바닥에 가라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에는 근사한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한 편이라도 읽어야 그나마 겨우 숨을 쉴 수 있다.의 주인공은 탐정 구동치다. 이 정감 가는 이름을 가진 사내는 전직 형사 출신으로 하는 일이 남들의 과거 기록을 지워주는 딜리팅(deleting)이다. 그것도 의뢰인이 죽고 나면 5일 이내에 의뢰한 기록물을 깨끗하게 지워준다. 하드디스크든 사진이든 종이조각이든 뭐든 의뢰인이 의뢰한 물품이라면 뭐든지.몇몇 설정을 제외하면, 줄거리도 좋고 등장인물들도 좋다. 탐정 사무실이 있는 악어 빌딩도 읽다 보면 금세 친숙.. 2020. 3. 23.
김얀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 이상한 여행기 김얀의 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내 블로그 이름 때문이었다. 블로그 이름을 "낯선 세계에 부는 바람"으로 바꾸면서 혹시 다른 블로그에서 쓰고 있는 이름은 아닌지 검색해 보았다.그랬더니 검색 결과에 뜬금없이 이 책이 떴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여 찾아 읽어보는 수고를 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실망감이 밀려왔다.작가는 은 13개국 낯선 침대 위에서 만난 13명의 남자 이야기라고 했다. 그런데 13개국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그녀가 만났던 남자 이야기만 있었다.첫 장 '붉은색 다이아몬드를 샀다'는 난잡한 섹스 행위를 진부한 글로 옮겨 놓은 도색 잡지를 읽는 듯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기보다는 섹스 후에 쓰는 허무한 잡념을 적어놓은 일기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침대 위의 이야기만 있고 그녀가 여행한.. 2020. 3. 21.
박유경의 '여흥상사' 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신춘문예 당선작을 오랜만에 읽어 보았다. 박유경의 는 2017년 한경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사실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라 잘 찾지 않았다.한경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은 "많은 공모전 중에서도 장편소설 부문의 경우, 원고의 볼륨이 우선 두툼하기 때문에 신인들은 소설 안에 반드시 어떤 사건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쉽고, 그러자니 사건은 기본적으로 강력하고 사이즈가 크며 때로는 자극적인 장치로 눈에 띄게 만들어야겠다는 결론도 어렵지 않게 내리게 된다"고 평했다.2017 한경신춘문예에는 살인과 폭력을 다룬 작품과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이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응모작들이 장르의 미덕이라 볼 수도 있는 몰입감이나 흥미를 제공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당선작 도.. 2020. 3. 20.
레베카, 서스펜스의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대표작 소설 를 읽고 대프니 듀 모리에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과연 서스펜스 여제의 대표작이라 할 만했다. 을 읽고 작가에게 호기심이 생겨 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서스펜스의 여제'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웠으나, 를 읽고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게 되었다. 고급진 양장본의 가치가 충분했다.번역도 마음에 들었다. 를 예전에 읽었었는데, 이상원이라는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남자 이름 같지만 여성 번역가이다.의 주인공 '나'의 감성이 나를 잡아끌었다. 그녀에게 가족은 아무도 없었고, 하녀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스물한 살의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탔고, 세상에 맞설 용기도 없었다. "첫사랑의 열병이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시인들이 어떻게 찬양하든 그건 분명 열병이고 고.. 2020. 3. 18.
미나토 가나에 소설 '꽃 사슬' 세 여자 이야기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 , 세 여자 - 미유키, 사쓰키, 리카의 이야기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들은 드라마나 영화화가 많이 되었다. 작가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잘 팔리는 추리 작가 중의 한 명이라고 한다. 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3백만부가 팔렸다고 했다.도 세 여자의 시점에서 각각 1인칭으로 전개된다. 리카는 외할머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미유키는 예기치 않게 남편을 잃고, 사쓰키는 백혈병 환자를 위한 골수 이식을 고민한다. 중후반부부터 이 세 여자의 관계가 조금씩 들어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작가에게 기만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 여인의 관계를 설명한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었더라면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작가에게 속았다는 감정.. 2020. 3. 13.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추리 소설 요즘 추리 소설에 자꾸 손이 간다. 불확실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어 내다보니 그렇게 된다. 오늘은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 추리 작가로 손꼽힌다는 P. D. 제임스의 (2018)을 골랐다.주인공 코델리아 그레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죽었고, 철없는 아빠를 둔 덕에 수녀원에서 자랐다. 대학은커녕 임시직을 전전하다 탐정 버니 프라이드와 동업자가 된다. 그녀의 나이는 22살이었고, 버니는 무능하다는 이유는 런던 경시청에서 해고된 경찰이었다.그러나 동업자 버니는 편지 한 통과 권총 한 자루를 그녀에게 남기고 자살한다. 사설 탐정이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말에도 아랑곳없이 코델리아는 혼자 탐정사무소를 운영해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녀에겐 가족도, 친구도, 믿을만한 인맥도 아무것도 없.. 2020. 3. 11.
나의 사촌 레이첼,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변하게 되는 것일까? 대프니 듀 모리에의 을 읽고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필립과 레이첼의 비극적인 사랑은 제쳐두고서도 서스펜스의 여제라고 불리는 추리 작가가 어찌 이토록 감미로운 연애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자라면서 남자가 되고 싶었다'는 대프니 듀 모리에라지만 여성 작가가 어떻게 그렇게 남자의 내밀한 속마음을 세밀하게도 그려낼 수 있었을까도 궁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은 주인공 '필립'의 1인칭 시점 소설이다. 여성 작가가 남주 1인칭 시점 소설을 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남자가 되고 싶었던 욕망이 강했던 것일까?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스무네 살 필립은 피렌치에서 요양 중이던 사촌 형 앰브로즈로부터 뜻하지 않은 편지들을 받게 된다. 앰브로즈가 레이첼이라는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그.. 2020. 3. 10.
성별 모나리자인 너에게, 세계관과 1-2권 줄거리 성별 결정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이 만들어낸 만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요시무라 츠무지의 입니다.이 세계에서 인간은 성별 없이 태어난다. 열두 살이 될 무렵, 비로소 자기가 되고 싶은 성으로 점점 몸이 변화하기 시작하여 열네 살이 되면 남성이나 여성으로 모습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는 설정이다.이 세계에서는 성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인가! 한 번쯤은 자신의 성별을 바꾸어 보고 싶다는 유혹을 어렸을 때 받아보았을지 모르겠다.주인공 '히나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성별이 없는 상태로 18번째 봄을 맞이한다. 친구들은 모두 여자 아니면 남자가 되었는데 자신만 혼자 무성별자가로 남았다니 이 얼마나 당혹스럽겠는가?는 현재 2권까지 발행되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성별이 .. 2020.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