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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SF판타지20

푸른 머리카락, 제5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작 모음집 제5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수상작과 우수작 6편을 모은 SF 단편 모음집 (2019)이 출간됐다. 61편의 응모작 중에서 선정했으니 작품 수준은 그런대로 좋다. 전에 읽었던 의 작가 허진희의 '오 퍼센트의 미래'가 우수작으로 실려 있어 반가웠다.SF 소설은 무기력한 나날들을 견뎌내기 위한 도피처가 되었다. 작가들의 신비한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순간만큼은 아주 조금이라도 현실을 잊을 수가 있어 좋았다. SF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는 순간은 우울함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그럼, 수상작 '푸른 머리카락'부터 SF 작가들이 창조해낸 상상의 세계를 소개한다.푸른 머리카락. 남유하푸른 머리카락의 소재는 여성이 없는 자이밀리언 외계인이 소재인 단편이다. '자궁 약탈자'로 불리는 자이밀리언은 지구 여.. 2020. 3. 25.
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한국 추리 소설 추천 주말 동안 김중혁의 이라는 장편 소설을 읽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주말 동안 무기력해 죽었을 것이다. 우울하고 외로울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심해 바닥에 가라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에는 근사한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한 편이라도 읽어야 그나마 겨우 숨을 쉴 수 있다.의 주인공은 탐정 구동치다. 이 정감 가는 이름을 가진 사내는 전직 형사 출신으로 하는 일이 남들의 과거 기록을 지워주는 딜리팅(deleting)이다. 그것도 의뢰인이 죽고 나면 5일 이내에 의뢰한 기록물을 깨끗하게 지워준다. 하드디스크든 사진이든 종이조각이든 뭐든 의뢰인이 의뢰한 물품이라면 뭐든지.몇몇 설정을 제외하면, 줄거리도 좋고 등장인물들도 좋다. 탐정 사무실이 있는 악어 빌딩도 읽다 보면 금세 친숙.. 2020. 3. 23.
박유경의 '여흥상사' 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신춘문예 당선작을 오랜만에 읽어 보았다. 박유경의 는 2017년 한경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사실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라 잘 찾지 않았다.한경 신춘문예 심사위원들은 "많은 공모전 중에서도 장편소설 부문의 경우, 원고의 볼륨이 우선 두툼하기 때문에 신인들은 소설 안에 반드시 어떤 사건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 쉽고, 그러자니 사건은 기본적으로 강력하고 사이즈가 크며 때로는 자극적인 장치로 눈에 띄게 만들어야겠다는 결론도 어렵지 않게 내리게 된다"고 평했다.2017 한경신춘문예에는 살인과 폭력을 다룬 작품과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를 표방한 작품이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응모작들이 장르의 미덕이라 볼 수도 있는 몰입감이나 흥미를 제공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당선작 도.. 2020. 3. 20.
레베카, 서스펜스의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의 대표작 소설 를 읽고 대프니 듀 모리에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과연 서스펜스 여제의 대표작이라 할 만했다. 을 읽고 작가에게 호기심이 생겨 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서스펜스의 여제'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웠으나, 를 읽고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게 되었다. 고급진 양장본의 가치가 충분했다.번역도 마음에 들었다. 를 예전에 읽었었는데, 이상원이라는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남자 이름 같지만 여성 번역가이다.의 주인공 '나'의 감성이 나를 잡아끌었다. 그녀에게 가족은 아무도 없었고, 하녀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스물한 살의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탔고, 세상에 맞설 용기도 없었다. "첫사랑의 열병이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시인들이 어떻게 찬양하든 그건 분명 열병이고 고.. 2020. 3. 18.
미나토 가나에 소설 '꽃 사슬' 세 여자 이야기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 , 세 여자 - 미유키, 사쓰키, 리카의 이야기다.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들은 드라마나 영화화가 많이 되었다. 작가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잘 팔리는 추리 작가 중의 한 명이라고 한다. 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3백만부가 팔렸다고 했다.도 세 여자의 시점에서 각각 1인칭으로 전개된다. 리카는 외할머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미유키는 예기치 않게 남편을 잃고, 사쓰키는 백혈병 환자를 위한 골수 이식을 고민한다. 중후반부부터 이 세 여자의 관계가 조금씩 들어난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작가에게 기만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 여인의 관계를 설명한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었더라면 이 소설을 읽지 않았을 것 같다. 작가에게 속았다는 감정.. 2020. 3. 13.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 P. D. 제임스 추리 소설 요즘 추리 소설에 자꾸 손이 간다. 불확실성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어 내다보니 그렇게 된다. 오늘은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 추리 작가로 손꼽힌다는 P. D. 제임스의 (2018)을 골랐다.주인공 코델리아 그레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죽었고, 철없는 아빠를 둔 덕에 수녀원에서 자랐다. 대학은커녕 임시직을 전전하다 탐정 버니 프라이드와 동업자가 된다. 그녀의 나이는 22살이었고, 버니는 무능하다는 이유는 런던 경시청에서 해고된 경찰이었다.그러나 동업자 버니는 편지 한 통과 권총 한 자루를 그녀에게 남기고 자살한다. 사설 탐정이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말에도 아랑곳없이 코델리아는 혼자 탐정사무소를 운영해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녀에겐 가족도, 친구도, 믿을만한 인맥도 아무것도 없.. 2020. 3. 11.
목소리를 드릴게요, 정세랑의 첫 SF 단편집 1984년생인 정세랑은 판타지와 순수문학을 오가는 특이한 작가다. 2020년은 SF 단편집을 내기에 완벽한 해가 아닌가 싶었다고. 그녀가 8년 동안 썼던 SF 단편 7편을 에 엮었다. 첫 번째 초단편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을 읽었을 때, 당혹감이 들었다. 작가가 도대체 뭘 말하려는지 도통 감히 잡히지도 않았고 이게 과연 소설인가도 싶었다.정세랑 SF 단편의 매력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다음 단편을 읽어 나갈수록 작가가 펼쳐 놓은 세계관 속으로 푹 빠져 들고 말었다. 뭉클함은 표제작 '목소리를 드릴게요'와 마지막 수록작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에서 정점을 찍었다.아,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작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에 경배를 보냈다.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에서 양궁 메달리스트 정윤이 그녀에게 남.. 2020. 3. 4.
독고솜에게 반하면, 마녀와 여왕 그리고 탐정 소녀 이야기 작가 허진희의 첫 단행본 은 열네 살 여중생들의 이야기다. 마녀가 등장하고 여왕이 등장하고 탐정이 등장한다. 거기다 책 표지는 만화다. 분위기로 봐서는 영락없는 라노벨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은 화자가 둘이다. 탐정 소녀 서율무와 여왕 단태희의 시점에서 마녀 독고솜이 서술된다. 마녀 독고솜은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다. 이 시대에 검은 원피스를 즐겨 입는 마녀가 등장하다니! 어느 날 탐정 서율무가 다니는 학교에 마녀 독고솜이 전학 온다. 그 학교의 여왕 단태희는 똘마니 박선희를 시켜서 독고솜을 손 봐준 뒤에는 이내 관심을 꺼버린다. 탐정 놀이에 빠진 서율무와 친한 걸 보니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해서다. 여왕 단태희의 눈에는 열네 살이나 .. 2020.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