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식의 <B급 전성시대>는 B급에 속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럼 A급, B급, C급은 어떻게 나눠질까? 이 책의 저자 김은식이 정의한 분류를 보자.
일류(A급)는 특별한 재능과 노력, 그리고 행운까지 더해지지 않으면 이르기 어려운 위치로 그 영역에서 성과를 통해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확보하고, 그 위에서 다양한 발상과 노력을 시도하며 자기 입지를 지속적으로 높여갈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하다.
이류(B급)는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어지간한 노력을 더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수 있는 위치로 그 영역에서의 성과를 통해 빠듯하게나마 생존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향유와 재투자는 어려운 정도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C급은 저자에 따르면 디자인인건, 글쓰기 건, 공연이건 지속적으로 매달 몇 십만 원씩이라도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하다면 B급이지만 그저 주변에서 가끔 '잘한다'는 평을 정도가 C급이다.
그렇다면 이류들은 일류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일류들은 특별한 재능과 행운이 있어야 노력만으로 될 수 없는 위치이다. 그래서 저자 김은식은 이류가 일류가 될 수 있는 우회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두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이류 이상의 능력을 갖춘 다음, 그것들을 적절히 연결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면 일류가 가능하다. 어떤 영역에서든 일류가 되는 것은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이류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지간한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은식은 그 예시로 배우 이시영을 든다. 이시영은 미모나 연기력 등등의 모든 면에서 심은하, 이영애, 김태희, 최지우, 송혜교, 손예진 등등으로 이어지는 업계의 특급 여배우 명단에 이름을 올릴만한 비중으로 평가받은 적이 없었지만, 그녀가 복싱에 입문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에서 일류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배우 이시영 외에도 개념시구를 한 홍수아, 탁구 실력을 겸비한 배우 조달환, 만화가 주호민, 문화 대통령 서태지 등을 B급+B급 = A급 사례로 들었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 김은식이 B급 전성시대의 성공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 덕후에서 시작한 저자의 글쓰기는 음식, 역사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 갔으니 말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을 거의 인용한 듯한 챕터에서는 어슬퍼게나마 그 책 내용을 고쳐쓰기 하는 능력도 보여줬다.
(만약 양치기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을 꼭 읽어 보시길 권한다. 이 책보다 훨씬 재미있고 심오한 통찰을 던져준다)
저자는 융합과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면서 연주회도 하는 셰프, 마술도 할 줄 아는 강연자, 역사와 음악을 결합한 칼럼니스트가 되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한다.
글쎄, 배우 이시영이 복서가 되는데는 저자의 말처럼 약간의 용기나 재능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자는 B급의 본질로 평범한 재능을 꼽았지만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연주회나 마술을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한 가지를 잘해내기도 사실 어렵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B급+B급 = A급이 아니라 B급+B급 =C급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한 우물을 깊게 오래 팔거냐, 아니면 이 우물 저 우물 기웃거리며 얕고 넓게 팔 거냐의 선택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단 두 가지 영역 이상에서 이류가 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미치고 독해져야 가능할 것이다. 두 분야에서 나름 성공한 사람들은 그 두가지 영역에서도 재능을 타고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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