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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밤

나이든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심리학

by essay™ 2020. 2. 9.

나이든 사람에게 쉽게 사랑에 빠져드는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았지만, 혜윤은 지난 연애사와 마찬가지로 만족할만한 답을 이번에도 찾지 못했다. 나이든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심리를 심리학계에서는 엘렉트라 컴플렉스로 설명하지만 혜윤은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혜윤이 이번에 빠져든 나이든 그 남자는 술을 좋아하는 것 말고는 아빠를 닮은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아빠는 여러모로 달랐다. 아니 아빠를 닮았다면 그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 단정했다. 혜윤은 그 무렵 아빠를 지독히도 증오하고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꼭 1년 전이었다. 그를 처음 보는 순간, 혜윤은 왠지 자신보다 나이가 배로 많은 그를 사랑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가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식을 했고, 술자리가 끝나고 대리기사를 부른 후 주차장으로 가면서 혜윤은 조심스레 그의 팔짱을 꼈다.

"팀장님, 첫인상이 너무 좋아요. 키도 크고 핸섬하시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혜윤은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의 키가 큰 것은 아니지만 키가 크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잘 생긴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혜윤은 취기가 올랐고 그냥 밤새도록 그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온몸을 감쌌다.

그도 적당히 술이 된 것 같았고, 그녀의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애써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혜윤은 생각했다. 그도 자기와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팔짱을 끼고 걸으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완전한 밤이 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이었지만 거리에는 행인들의 발길이 벌써 뜸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이 도시의 거무 칙칙한 아스팔트가 아닌 해변의 백사장을 그와 함께 걷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생각을 했다.

혜윤은 팔짱을 낀 손을 가만히 아래로 내려 그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는 그의 허리를 자신의 엉덩이 쪽으로 아주 약간 슬며시 끌어 당겼다. 순간, 뜨거워진 그의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아, 그도 나와 같은 욕망을 느끼고 있다는 걸 그녀는 육감적으로 느꼈다.

혜윤은 용기를 내어 그를 자기 몸 쪽으로 더 말착시켰고, 취기가 오른 둘의 몸은 거의 한덩어리가 되다시피 인적드문 밤길을 걷고 있었다. 통제할 수 없는 불굴의 용기가 혜윤의 전신을 아주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키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 들었다. 그 욕망은 눈동이처럼 불어나 그의 몸을 더 세게 끌어 안고 싶다는 본능이 그녀를 점령했다.

그녀가 욕망에 몸을 떨면서 그를 정면에서 허리를 감싸며 젖은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보는 순간, 대리기사가 도착했다. 대리 기사는 머리를 긁쩍이며 헤벌레 웃으며 말했다.
"대리 콜하신거 맞으시죠? 좀 있다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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