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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밤

기시미 이치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by essay™ 2020. 4. 4.

무기력하고 하루하루가 견디어내기 힘들 때는 심리학 책을 뒤적이게 된다. 심리학이 어떤 힘을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오늘은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2015)을 손에 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을

책 표지의 "당신에게 당부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 말 것을"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라는 뜻이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면서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우니까.

어차피 삶은 누가 대신 살아주지도 않고, 누가 대신 책임져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주체적으로 삶의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언제가 우연히 듣게 된 초로의 늙은이들의 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늙은이의 말에 의하면 온갖 불행의 원인은 그의 부모와 주위 사람들에서 비롯되었다. 부모와 선생의 강요에 의해 대학을 선택했고, 그때부터 자신의 인생은 엉망이 되어버렸고, 그 후로 줄줄이 이어진 잘못된 모든 일들도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신은 책임이 전혀 없다고 거품을 물었다.

맙소사! 저 나이에도 인생을 어떻게 저렇게 무책임하게 생각하다니! 그 늙은이의 말로는 평생 자신이 선택한 것은 하나도 없었고 모두 타인의 의지대로 평생을 살은 셈이었다. 그렇다면 허깨비 인생을 산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들러는 열등감에 젖은 사람들은 그 늙은이처럼 '남 탓'만 하고 살게 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들을 책임감을 갖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용기가 없는 까닭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평이하고 쉬운 언어로 쓰였다. 깊이 있는 내용은 없는, 수필처럼 읽히는 책이다. 아들러 심리학 입문서로 읽을만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둔 부모들이 읽으면 육아에 참고할만한 유용한 지혜가 많다.

아들러가 말하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수용, 타자 신뢰, 타자 공헌 중 어느 하나도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것을 믿어야 하며, 스스로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들러 심리학은 육아와 교육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아이를 지원하라고 가르친다.

목표는 1. 자립한다. 2. 사회와 조화롭게 살아간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심리적으로는 다음 두 가지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1. 나는 능력이 있다. 2. 사람들은 나의 친구다. 

우리 자신은 타인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타인도 나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인생에서 주어지는 과제들을 해결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의무이자 권리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고 조금은 낙관적이 되었고, 평범해질 용기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면을 할 용기를 조금 더 갖게 되었다고 할까?

그런데 찜찜함이 남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심리학자가 아닌 그냥 약장수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쳇말로 말만 번지르하다는 느낌. 어떤 사람에게는 트라우마가 분명 있다. 그것도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임상이 아닌 그저 철학이라는 한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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