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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밤

김형경의 사람풍경,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들 위한 심리 에세이

by essay™ 2024. 6. 18.

요즘 신간 도서보다 아주 오래전 읽었던 따뜻한 책에 더 손길이 갑니다. 그중의 하나가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사람풍경>(위즈덤하우스, 2006)이 입니다. 잠들기 전, 이 에세이를 매일 읽고 있습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책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김형경 소개

작가는 196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1983년 『문예중앙』 신인상에 시가,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중편소설 「죽음 잔치」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로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세월』, 『울지 말아요, 기타』,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 『외출』, 『꽃피는 고래』,소설집으로 『단종은 키가 작다』, 『담배 피우는 여자』, 시집으로 『시에는 옷걸이가 없다』 등이 있습니다.

심리 에세이 『남자를 위하여』 『사람 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 『만 가지 행동』 『소중한 경험』을 펴냈으며, 이 책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김형경은 제10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사람풍경에 대하여

저는 대개 책을 잡으면 단숨에 읽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만 읽었습니다. 침실에서 유난히 손길이 가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에세이 한 장을 읽고나면 작가가 한 말을 잠이 들 때까지 생각해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천천히 생각하고 음미해볼 대목이 많았습니다.

<사람풍경>은 작가가 세상의 도시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 과정들이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입니다. 작가가 여행을 하면서 그랬던 것처럼 나는 침실에서 <사람풍경>을 읽고 나 자신과 인간, 그리고 세상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책 표지
책표지

때로 상처받은 아이가 보이는가 하면, 때로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궁금해 하면서 이십대 중반부터 심리학이나 정신분석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을 들으면 왠지 오래도록 잘 알고 지내온 사람처럼 느꼅니다. 다만, 마흔 고개에 집까지 팔아서 세계 각지를 향해 여행을 떠나는 결단은 없습니다만.

작가는 '여자' 혼자 몸으로 로마, 피렌체, 밀라노, 파리, 니스, 베이징, 뉴칼레도니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시와 항구를 헤집고 돌아다니면서 세상과 인간에 대하여 묻고 답했습니다. 작가가 진솔하고 담담하게 그려낸 말들에서 작가의 '내 안의 나'를 찾아 떠난 자아 성찰이 나에게도 전이되고 있음을 조금씩 느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대하기란 참으로 버거운 일입니다.

특히, 상처받고 어두운 '내 안의 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두렵기까지 한 일이지요. 그럴 땐 여행 안내자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심리 에세이 <사람풍경>은 오랜 친구와도 같은 든든한 안내자가 됩니다.

쉽게 설명한 정신분석 입문서

무엇보다 저자가 정신분석을 받은 경험들과 스스로 공부한 정신분석학을 아주 쉽게 여행 에세이로 풀어낸 것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그간 어렵게 정신분석 관련 책들을 읽어왔지만 <사람풍경>만큼 정신분석 입문을 쉽게 안내한 책은 아직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이 책을 들추어볼 것 같습니다. 인간은 외로움이라는 허기를 영원히 달랠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요. 그럴때마다 같은 여행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고, 한편으로는 홀가분해졌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울퉁불퉁한 존재라는 것, 내가 미워하는 사람조차 내 안의 숨겨진 나의 다른 자아를 투사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힘들지만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지금 여기 있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와 함께 있는 지금의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말입니다. 그러면 어렵겠지만 나는 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직 김형경의 소설은 접하지 못했습니다. 작가의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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