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용'을 좋아하는 나라도 없지 싶다. 아마도 이름에 '용'자를 이렇게 많이 쓰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용숙, 용자, 용덕, 덕용, 희용, 수용, 등등... 물론, '용'을 소재로 한 소설도 아주 많은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미씽 아카이브에서 펴낸 '용'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 <안녕, 드래곤>(2019)을 읽었다. 미씽아카이브는 판타지, SF, 호러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출판하는 개인 브랜드이다.
<안녕, 드래곤 hi there, dragon>은 미씽 아카이브가 첫 번째로 기획한 '용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판한 책으로 12명 작가의 '용'에 대한 이야기들이 <Way to dragon>과 함께 6편씩 실려 있다.
이 판타지 소설은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창작자들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참여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참여 기한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금은 <안녕, 드래곤>을 공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길은 없는 셈이다.
<텀블벅>은 게임, 공연, 디자인, 만화, 미술, 공예, 사진, 영화, 푸드, 음악, 출판,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개인 창작자들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플랫폼이다.
<텀블벅>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높이고 개인 창작자들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바람직한 플랫폼이다. <텀블벅>을 통해 창작열에 불타는 개인 창작자들이 빛을 보고, 소비자들은 다채로운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안녕, 드래곤>은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용'에 대한 이야기들, 6편을 묶었다. 첫 번째 단편은 이경희의 '마음 여린 땅군과 산에 깔린 이무기 설화'다. 집채만 한 바위에 깔린 이무기를 신비한 여인이 치료를 위해 교접하는 장면은 좀 섬뜩하기까지 하다.
두 번째 단편, 남세오의 '제131드래곤 비행대대'는 멸종 위기에 몰린 현대판 용의 생존 이야기다. 세상을 지배했던 용은 일곱 마리밖에 남지 않았는데, 첨단 과학의 시대에 일곱 마리 용의 선택한 생존 전략이 흥미롭다.
이시우의 '진언과 용'은 이 모음집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단편이다. 택배 라이더의 일상과 '용'의 처지가 잘 버무려진 판타지 소설이었다.
마지막 단편, amrita의 '울트라마린 엑소티가'는 <안녕, 드래곤>의 단편들 중에서 가장 판타지 요소가 빛나는 요소다. 페미니즘적 요소도 잘 결합되었다. 배유안의 <뺑덕>처럼 '심청전'을 재해석했는데, 판타지 소설로 업그레이드한 단편이다.
<안녕, 드래곤>에 실린 판타지 소설 6편 모두 평타 이상을 친 단편들이었다. 세상은 이제 주류를 넘어 다양성의 세계로 미세화되어가는 과정에 있다. 그럼 흐름에서 이 판타지 소설은 창의적인 기획으로 만족도가 높다. 미씽아카이브의 다음 프로젝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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