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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SF판타지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가볍고 경쾌한 일본 추리소설 추천

by essay™ 2020. 3. 2.

재미있는 추리 소설 한 편을 소개한다. 가볍고 경쾌하다. 일본 작가 히가시가와 토쿠야의 추리소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이다. 읽으면서 좀 키득거렸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는 6편을 한 권에 묶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 같은 전개 방식을 따른다. 쿠니타치 서의 형사 호쇼 레이코가 살인 사건을 수사하다 해결하지 못하고 귀가하면 저녁 식사 후에 집사 카게야마가 사건 개요를 듣고 귀신같이 범인을 추리해낸다는 이야기다.

주인공 호쇼 레이코는 일본 재벌가 호쇼 그룹의 외동딸로 철딱서니 없는 신참 형사다. 그녀가 재벌가 딸이라는 것을 아는 동료 형사는 없다. 재벌가 무남독녀 호쇼가 경찰이 된 까닭은 막연한 동경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러니 수사 실력은 형편없다.

그녀의 사건 해결을 도맡아 해결해는 주는 집사 카게야마는 원래 프로야구 선수나 사설탐정을 하고 싶었으나, 왠지 호쇼가의 집사로 일하고 있다. 카게야마의 추리실력은 발군이고 철없는 호쇼를 잘 보좌한다.

이 추리소설은 사건의 추리보다 레이코와 카게야마의 티격태격하는 대화록들이 더 재미있다. 집사 카게야마는 사건을 추리할 때마다 레이코를 놀리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아가씨는 멍청이십니까?"라든지,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아가씨는 눈을 멋으로 달고 다니십니까?"라는 말을 던져 레이코의 자존심에 심하게 스크래치를 입힌다. 못된 악취미다.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에게 이렇게 돌직구를 던지며, 감히 갑집을 할 집사가 세상 어디에 있겠냐마는 그래도 레이코는 집사 카게야마를 해고하지 못한다. 그녀가 추리하지 못하는 살인 사건을 카게야마가 언제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집사라는 자신의 직위에도 기죽지 않고 돌직구를 던지는 카게야마가 그래서 밉지 않다. 재벌가 외동딸이면서도 스스로 형사가 되었고, 집사가 도발을 해와도 다 받아넘기는 레이코도 그래서 또한 밉지 않다. 이 둘의 케미가 추리 소설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소설의 추리는 초급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섭지 않고 무겁지도 않다. 트릭도 정교하지가 않아서 억지로 끼워 맞출 때도 더러 있다. 가끔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럼에도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는 일본 서점 대상 1위,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시리즈 누계 380만 부를 기록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와 연극,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작가는 유명 추리소설 작가가 되었다. 

1996년생인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이 추리소설로 빛을 봤다. 작가생활도 1996년에서야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노숙자랑 크게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작가의 긴 무명생활이 대박 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추리소설이지만 그렇게 정교하지도 겁나지도 않다. 딱 웃으며 읽을 정도다. 이 추리소설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어 3권까지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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