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1899-1961)는 전쟁과 모험을 탐닉한 소설가였다. 그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와 <무기여 잘 있거라>(1929)는 스페인 내전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의 경험의 산물이다.
헤밍웨이는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두 차례의 비행기 사고로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헤밍웨이의 이러한 기질은 낚시와 사냥, 권투를 즐긴 의사였던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듯하다. 그의 어머니는 원래 성악가였는데, 그녀는 헤밍웨이를 여장시키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예쁜 여자애 옷을 입고 돌사진을 찍었다. 그런 엄마를 헤밍웨이는 평생 증오했다.
훼밍웨이는 사고 후유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1961년 엽총으로 자살했다. 그의 나이 62세였다. 그의 아버지와 그의 손녀 마고 헤밍웨이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헤밍웨이를 세상에 알린 출세작이었다. 그는 잃어버리 세대의 중심 인물이 되었고, 그의 덤덤한 문체는 하드 보일러 문학의 원조가 되었다. <노인과 바다>(1952)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미국 문학의 고전이 되었다.
<무기여 잘 있거라>의 배경으로 보면 전쟁 소설이고, 줄거리를 보면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연애소설이다. 주인공 프레데릭 헨리는 훼밍웨이가 그랬던 것처럼 이탈리아군 야전병원 앰블란스 운전병으로 참전하여 두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프레드릭과 사랑에 빠진 간호사 캐서린 버클리는 아이를 낳게 되지만, 사산하고 과다 출현로 자신도 죽고 만다. 그 비극적인 과정을 서술하는 문장들은 놀랍도록 건조하다. 그래서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프레데릭은 신성이니 영광이니 희생이니 하는 공허한 표현을 언제나 당혹스러워했다. 신성한 것을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며, 영광스럽다고 부르는 것에서도 조금도 영광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차마 참고 듣기 힘든 말들이 너무도 많은 까닭에 나중에는 지명만이 위엄을 갖게 되었다. 숫자나 날짜 같은 것들이 지명과 함께 그가 말할 수 있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것들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프레데릭 헨리의 감정들은 20세기 실존철학에 거대로 전이되었으리라. 프레데릭은 '나는 생각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음식을 먹도록 태어났고, 먹고 마시고 캐서린과 잠을 자도록 만들어졌을 뿐이라고.
생물학적으로 필멸인 인간에게 생물학적 이외의 것들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문을 닫고 불을 꺼도 소용이 없었다. 마치 조각상에게 작별을 고하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나는 문을 열고 나가 병원을 떠났고 빗속에서 호텔로 되돌아갔다."
헤밍웨이는 무려 47가지의 서로 다른 결말을 담은 초안을 썼다고 한다. 그가 이 소설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첫 번째 초안은 이렇다. "모든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캐더린은 죽었고 당신도 죽을 것이고 나도 죽을 것이다.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다."
아이가 죽지 않고 무사히 태어나는 초안도 있고 캐더린이 세상을 떠난 그다음 날의 이야기를 하는 버전도 있다. 독자에게 마지막 교훈 같은 것을 남긴 초안을 인용해 둔다. <창조하는 뇌>(2019) 184-185쪽 참고
"살아가면서 당신은 몇 가지 사실을 배우는데, 그중 하나가 세상은 모든 사람을 망가뜨리지만 이후 많은 사람이 망가진 곳에서 강해진다는 점이다. 망가지지 않은 사람은 죽는다. 아무리 선한 사람, 온화한 사람, 용감한 사람일지라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어도 당신 역시 죽는다. 그렇지만 특별히 서둘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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